[카게히나] PAYPHONE

다음 날 히나타는 결석했다.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부실에 들어서자마자 들리는 히나타의 결석을 알리는 부장의 소리에 카게야마는 그저 묵묵히 연습을 시작할 준비를 할 뿐이었다. 지난 밤, 자전거에서 떨어져 땅을 구르고 긴 시간 비를 맞은데다 히트사이클 전조증상까지 보였던 히나타의 상태가 멀쩡할리가 없었다. 당연히 히나타가 결석을 하리라는 건 ...

히나타는 근래 부쩍 잡념으로 마음이 어지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도저히 무시하기 힘든 저를 향한 카게야마의 태도부터도 그렇고 눈빛에 조금씩 친구나 파트너가 아닌 그 이상의 의미가 서린다는 것을 어렴풋이 눈치챘음에도, 이 쪽에서는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오지를 않았으니까. 카게야마의 말이 맞을지 모른다. 모른 척 할 거라면 끝까지 모른 척 하...

일어난 아침, 여전히 비가 내렸다. 카게야마는 눈을 뜨자마자 몸 속 깊이 느껴지는 여전한 열기에 탄식했다. 원래대로라면 길어봐야 이틀, 어제로 끝났어야 했다. 하지만 긴 장마의 시작과 찾아온 러트는 오늘도 카게야마를 괴롭혀 댈 모양이다. 그 기세가 옅어지기는 했어도, 이 기분나쁜 열감과 동반되는 어지러움은 영 떨쳐지지 않는 일이라 카게야마는 착잡한 심정이 ...

비냄새가 난다. 어제부터 오랜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오기 전 후덥지근한 기운에 더워 죽겠다 투덜거린 것이 무색하게, 비 오는 날 새벽이면 쌀쌀한 아침을 맞으며 부산스레 발랑 차버린 이불을 찾았다. 오늘도 그런 아침이었다. 아침이 다가오고, 카게야마는 항상 일어나는 시간이 되자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잠의 경계에 걸쳐 뒤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