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게히나] MINUS LOVE

오이카와 시점. 아주 짧은 글.

꼬맹이가 죽었다. TV, 신문, 라디오, 인터넷, SNS 할 것없이 꼬맹이의 죽음으로 도배되었다. 무슨 좋은 일이라고 저렇게까지 떠들썩한 것인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애도해도 죽은 사람이 살아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남은 사람이 그 사람을 잊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와쨩은 꼬맹이의 장례식에 참석한 모양이었지만, 나는 가지 못했다. 의사의 길...

바람이 분다. 히나타는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머리칼을 부비는 바람을 맞으며 정면에서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눈을 감고 바람과 햇살을 맞는 그 모습이 순식간에 햇빛에 스며들어 사라질 듯 해, 켄마는 그저 아무런 말 없이 그런 히나타의 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현장본부는 적들에게 보이지 않게 시공간 능력자에 의해 숨겨져 있었기 때문에 게이트...

병원을 나선 히나타는 곧장 협회의 정보분석실로 향했다. 한창 전장의 상황을 살피며 효율적인 전략에 머리를 쥐어싸매고 있던 분석팀원들은 노크도 없이 다짜고짜 문을 열어젖힌 히나타의 등장에 다들 놀라 멀뚱히 히나타가 서있는 곳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먼저 정적을 깬 건 여러 가지가 잡다하게 적힌 칠판 앞에서서 브리핑을 하고 있던 쿠로오였다. "처참하게 발려...

히나타는 어쩐지 이상했다. 카게야마가 미는 휠체어에 앉아 방으로 돌아오는 동안, 언제 얘기를 꺼냈었냐는 듯 입을 다물었던 히나타는 카게야마의 방 소파에 앉아 TV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뉴스채널에서 멈춘다. 히나타는 요근래 뉴스를 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괴수가 침공하는 시기는 잦아졌지만, 그만큼 히나타가 전장에 있는 시간보다 병원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서 인지...

"내 이름이 뭔지 알아?" "넘버 텐!!!" 히나타가 깨어났다. 병원으로 실려온지 꼬박 일주일 만이었다. 히나타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는 동안 다행히도 날아가버린 팔다리와 손상된 시신경은 어느정도 재생이 되어서, 히나타는 그럭저럭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물론 비행능력도 되찾았다. 하지만 에너지소모가 심한 행위였기에 치료를 할 동안은 비행은 금지되었다...

카게야마가 회진을 돌다 마지막 차례의 환자차트를 보고는 따라붙은 레지던트들을 물린다. 이 환자도 어제 아침, 며칠만에 의식을 찾았다. 히나타와 같이 실려온 히어로, 이와이즈미 하지메였다. 팔 한쪽을 잃고 마찬가지로 양눈이 멀어버린 상태였다. 그래도 히나타보다는 상태가 양호한 편이라, 날아간 팔도 무사히 재생되었고, 시력도 이 기세라면 일주일 안으로 되찾을 ...

히나타가 전장으로 복귀한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병원으로 실려왔다. 정말 실려왔다는 표현이 이렇게나 적절할 수 있을까, 카게야마는 히나타의 몰골을 보고는 알게 되었다. 양 팔과 다리가 모두 날아가고 정말 몸통과 머리만이 이동침대로 실려들려오는 모습은 정말 꿈에 나올까 두려울만큼 끔찍한 광경이다. 그 엄청난 고통에도 쇼크사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아마도 ...

카게야마는 운이 좋은 남자였다. 그것도 아마 태어났을 때부터. 부모님은 의료계에서 아주 저명한 의사들이었다. 친척들도 대부분 의료계와 의학계에 종사하고 있어서 어찌보면 카게야마의 직업은 태어났을 때부터 정해져있었다고 봐도 좋았다. 딱히 하고 싶은 일도 없었을 뿐더러, 부모님의 유전자 덕분인지 잘 돌아가는 머리(ㅋ) 덕에 카게야마는 자연스럽게 의사가 되기 위...

히나타는 선글라스로 가려진 미간을 잔뜩 구긴 채 불편한 심기를 여실히 드러내 보이며 삐딱하게 서있었다. 물론 환자복 차림인 채였다. 지금 히나타가 와 있는 이 건물 내에서 아마도 제일 넓고 고급스럽게 꾸며졌을 방에는 뻥 뚫린 공간에 고작 다섯명 남짓이 앉을 법한 테이블과 벽 한 면을 다 채우고도 남을 커다란 스크린이 전부였다. 히나타는 지금 그 테이블에 앉...

간만에 카게야마의 방 안이 조용했다. 츠키시마는 한참 회진을 돌고 있을 시간이었다. 사실 카게야마도 회진을 돌거나 진료를 봐야할 시간이었지만, 한 멍청이 때문에 카게야마의 개인일정은 올스탑 상태였다. 카게야마는 불현듯 떠오르는 그 당시의 끔찍한 기억을 회상했다. 그렇게 누님들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며 나가버린 히나타는 매일같이 드나들던 카게야마의 방에 며칠...

찌는 듯한 더위에 기상청에서도 폭염주의보를 내렸다. 뉴스에서는 더우니까 외출은 삼가라는데 밖에서 설쳐대는 괴생물체들은 더위도 모르나보다. 덕분에 히어로들은 두 배로 고생중이었다. 뉴스에 비치는 모습은 용맹하고 멋지기 그지 없지만, 아마 속으로는 저 좆같이 생긴 괴생물체들을 존나게 욕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특히 카게야마가 잘 알고 있는 어떤 히어로는 지금 ...